일본 도쿄 유학 초반, 외로웠지만 오히려 단단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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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했던 말이지만, 이전에 운영했던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연재했던 '일본 유학 시리즈'를 여기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예전 글에는 적지 않았던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지극히 사소한 먼지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굳이 기록하지 않았지만, 돌아보니 유학 생활 전체의 멘탈을 다져준 중요한 계기이지 않았나 싶어서 써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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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초반부터 여자친구가 생겼다


이전에 스캔해서 올렸던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즉, 아직 첫 학기가 끝나기 전, 일본어 학교 A 클래스였을 때, 일본 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았을 때 겪었던 일이다.


같은 유학원을 통해서 도쿄에 온 유학생들 중에서 한 명과 사귀게 되었다.

상대방이 먼저 나를 좋아하게 돼서 사귀게 되었다.

그런데..


사귀었는데 안 사귀었다.

🙄??




나는 이 사람과 사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사람과 사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인생 역대급 짧은 기간으로 끝난 연애였고, 시작도 끝도 상대방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다가 허무하게 끝난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의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귀었던 사람이면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야 할 텐데, 진짜 이름도 바로 딱 떠오르지 않는다.

겨우 생각해내서 '혹시 이름이 ○○○이였나?'라고 떠올려도 그게 틀린 이름일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정말 빠르고 허무하게 헤어졌다.





헤어진 이유


사귄 지 약 2주 만에 이별을 통보받았다.. 🙄

헤어지자는 이유는 지금의 연애가 본인이 꿈꿔왔던 연애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상대방은 내가 처음으로 사귀는 남자친구였다.

그래서 연애에 대해서 뭐 꼭 대단한 걸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걸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거다.


본인은 흔히들 관광하러 가는 유명한 곳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는 것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그런 식으로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와 만나면 그냥 동네만 돌아다닐 뿐이었고, 오랫동안 걷기만 해서 다리가 아팠던 것이다.




처음부터 나와 너무 달랐던 사람이었다


그냥 서로의 입장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생각도 달랐다.




상대방은 일본이 처음이 아니었고, 일본인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일본이 처음이었고, 그냥 동네만 돌아다녀도 모든 것이 이국적으로 느껴지고 신기했다.


실제로 나는 일본에 온 후 거의 반년 가까이 굳이 어딘가 유명한 곳을 가지 않아도 항상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동네를 산책하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게다가 그 당시의 여친이 살던 동네도 신주쿠였기 때문에 충분히 번화가였다.




나는 집에서 도와주지 않아서 빨리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혼자 힘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하면서 앞으로의 학비들도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집에서 보내줘서 온 것이었고,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도 없었다.




또, 나는 어학연수만 2년을 할 예정이었고, 음악전문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4년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은 6개월이었나? 9개월이었나? 그 정도만 있다가 귀국하기로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여행하듯이 많은 곳을 돌아다녀보고 싶었나 보다.




상대방이 나의 모든 입장을 모르고 사귀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어쩌면 나의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고 시작하긴 했지만, 내가 룸메이트와 따로 떨어져 살기 위해서 이른 이사를 결정한 것이 서운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어디 멀리 여행도 안 가고, 식당도 저렴한 곳만 찾아다니면서, 미리 낸 월세를 포기하고 이사할 돈은 있어?"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사를 가고 얼마 안 있어서 헤어졌다.





그 후로 완벽한 혼자가 되었다


내 인생 가장 짧은 (연애라고 할 수도 없는) 연애였다.

그래서 정들고 말고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 사람은 금방 잊었다.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은 날에는 찔끔 눈물이 나올 뻔했었지만, 상대방이 헤어지자고 말하는 그 과정에서 굉장히 짜치는 행동을 했어서.. 그나마 있던 정도 싹 사라졌었다.

어쩌면 빨리 잊게 하려고 날 위해서 일부러 그랬던 건가? 🙄 (는 아닐 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후로 같은 유학원을 통해서 일본에 온 친구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다.

이전에 '일본 생활 초반에는 같은 시기에 같은 유학원을 통해 온 친구들과 가까이 지냈다.'라고 썼는데, 이후부터 그 친구들과 가까이 지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이 잠깐 사귄 그녀의 룸메들이기 때문이었다.

여자 넷이서 사는 집이었는데, 당연히 이후로는 그 집에 놀러갈 수가 없게 됐다.

(다행인 건 신기하게 그 후로 교류가 없었는데도 전여친을 제외한 3명 중 2명은 지금도 인스타로 맞팔을 하며 가끔 안부를 묻고 지내고 있다.)




아주 잠시 빛의 속도로 사귀고 헤어진 그분의 집에 사는 여사친들과, 나와 같이 그 집에 같이 놀러 갔던 남자애를 A 그룹이라고 칭한다면, B 그룹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여기도 여자 넷이 사는 집이었고, 거길 놀러가는 형들이 있었다.


난 이 B 그룹과도 (처음에는) 친했었다.

그래서 내가 A 그룹의 한 여자애랑 사귀다가 초스피드로 헤어졌다는 소문을 들은 B 그룹의 애들이 날 불쌍하게 여기고, "헤어졌다며?"라고 놀리면서 저녁 먹으러 오라고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A 그룹과 놀기 힘들어지니 갑자기 B 그룹에 딱 붙는 모습도 뭔가 그림이 이상할 것 같아서, 난 그냥 자발적으로 모든 유학원 친구들과 거리를 두는 쪽을 택했다.

(안타깝게도 이후로 B 그룹의 친구들과는 모두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이야기를 쓰고 보니, 뭔가 자꾸 남자들이 여자들 사는 집으로 놀러가는 구도였다. 🙄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유학원에서 빌려준 집은, 둘만 살 수 있는 원룸 같은 곳에는 항상 남자들이, 4명이 살 수 있는 거실까지 있는 넓은 집은 여자들만 살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여자들이 사는 집에서 모여서 놀게 됐었다.




어쨌든 이렇게 강제로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상황도 이렇게 됐는데, 마침 나는 나카노中野구로 이사를 가서, 신주쿠新宿구에 살고 있는 다른 유학생들과는 물리적으로 거리도 멀어지게 됐다.




그렇게 혼자에 익숙해져 갔다


지금의 나라면, 그분과 사귈 일도 없다.

그분과 (사귄 것도 아니지만) 사귀기 전에 그분이 남에게 주워들은 말로 혼자서 뭔가 오해를 하고 나에게 전화해서 급발진 하면서 갑자기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적지 않게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나름 인생의 빅데이터가 쌓인 지금의 나라면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끝냈을 거다.

그런데 당시에는 열심히 설명하며 오해를 풀었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사귀기 시작했는데, 2주 만에 이별을 통보받았다.

그것도 해외인 일본에서 🙄 (아직 일본어도 잘 못하는데)

그걸로 같은 유학원을 통해서 온 친구들과는 가까이 지내기 애매해지고.

이전 포스트에도 썼던 것처럼, 같은 일본어 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과도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후, 나는 이전 포스트들에 썼던 것처럼 공부를 열심히 해서 반에서 1등도 하고, A 클래스가 끝나기 전에 첫 아르바이트도 구하게 되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말이다.




돌아보면 타지에서 갑작스럽게 완벽한 혼자가 되었던 그 일이, 낯선 일본 도쿄에서 스스로의 삶을 채워나가며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그때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즐기는 법을 배워둔 덕분에, 지금의 내가 혼자서도 잘 놀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는 정말 혼자서도 잘 논다.

혼자서도 너무 잘 놀아서 탈이다.




나카노구의 어느 바 사진
Photo by ayumi kub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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