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가는 것이 싫은 한 남자가 미용실을 가는 걸 최대한 미루는 이유

포스트 썸네일 이미지

오늘의 글은 너무 TMI다.

원래는 그냥 스포츠용 헤어밴드를 구입한 후기를 쓰고 있었는데, 이걸 왜 샀는지 글로 정리하려다 보니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글을 나눠서 따로 쓰기로 했다.


스크롤을 조금만 더 아래로 내리면 자연인과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남자의 사진이 불쑥 나타날 거다.




미용실을 가는 게 싫다


나는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가는 것이 싫다.

뭔가 귀찮고, 시간 아깝고, 돈 들고, 나 말고 또 다른 손님이 먼저 와있으면 기다려야 하는 등등..


나는 그래서 머리가 거지존의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헤어밴드로 머리를 정리하면서 버틴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 직후로 몇 개월 동안은 평범한 머리로 지내다가 앞머리가 눈을 가리면서 거슬리기 시작하면 헤어밴드를 착용하기 시작한다.




헤어밴드를 착용한 내 사진

그렇게 버티다 보면 이 사진처럼 뒷머리도 거지존에 돌입하는 시기가 온다.

그래도 조금 더 버티다가 미용실에 간다.


가끔은 여자처럼 헤어 고무밴드로 뒷머리를 묶어서 정리하기도 한다.

어쨌든 미용실에 가기 싫어서 그렇게 계속 버티다가 정말 이건 안 되겠다 싶을 때 결국에는 미용실로 간다.

그렇게 미용실을 빠르면 4개월 만에, 최대한 버티면 6개월 만에 간다.


위의 사진이 아마 그 한계였을 때일 것이다.





언제부터 생긴 습관이었을까?


원래는 미용실 가는 것이 이렇게 귀찮거나 싫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는 오히려 염색도 하고, 파마도 하고, 그렇게 겉모습을 꾸미는 걸 좋아했었다.




1. 미용실이 비싼 일본에서 돈을 아껴야 했다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에 '무작정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나서 혼자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학비, 월세, 그 외 생활비들을 다 해결하고 지냈던 이야기'를 연재했던 적이 있다. (그 글들은 언젠가 여기로 다시 옮겨와야 할 것 같다.)


그 당시(2009년)의 도쿄의 미용실들은 너무 비쌌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미용실들도 만만치 않게 비싼 곳들이 많아졌지만, 그 당시의 환율로 커트 가격이 거의 4~9배 정도 했었다.

커트가 2,000엔인 곳도 잘 없었고, 보통 3,000엔이 넘어갔다.


커트를 최대한 미루다가 자르는 행동을 아마 이때 처음 시작하지 않았었나 싶다.

하지만 그때에는 헤어밴드를 쓰면서까지 버티지는 않았다.

헤어밴드를 쓰기 시작한 건 2018년 정도부터였던 것 같다.




2. 내 인생 단골 미용실이 사라졌다


한국의 우리 집 근처에 단골로 다니던 미용실이 있었다.

거기 미용사가 내 머리를 아주 잘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것도 잘 이해해 줬다.

보통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 직후에는 머리가 마음에 안 들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미용사가 잘라줬을 때는 그런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일본에서 돌아온 후에 얼마 안 있어서 그 미용실은 갑자기 사라졌다. (결혼 후 임신으로 미용실 문을 닫으면서 잠시 쉰다더니 그대로 아예 닫아버렸다.)


그 후로 미용실을 자꾸 바꿔가며 단골로 다닐만한 미용실을 찾기 시작했다.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 쓰레기 같은 미용사에게 데어 보기도 했다.





3. 내 머리를 망쳐놓은 쓰레기 미용사 (feat. 광주 백운동 준스헤어)


그 쓰레기 미용사가 내가 미용실을 가기 싫어하게 된 계기에 크게 한몫한 것 같다.


준스헤어라는 처음 간 미용실이었는데, 당시 커트 가격이 13,000원이었다.

주변의 다른 미용실들에 비해 비싼 편이었다.

원장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미용사 한 명이 내 머리를 잘라주려는데, (원장 포스를 내뿜고 있는 분은 다른 분의 머리를 잘라주고 있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잘라달라고 설명을 하니, 갑자기 그 미용사가 투블럭 컷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권했다.

내가 설명한 스타일은 투블럭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는데, 갑자기 미용사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추천한 것이었다.


이런 미용사는 처음이었다.

'손님이 잘라주라는 대로 자르지 않고 갑자기 다른 스타일을 추천해 주네..?'

난 그 미용사의 자신감을 믿었다.

그래서 맡겨보았다. 한번 그렇게 해보자고.

투블럭이 그때 한창 유행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잘라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점점 이상해졌다.

미용사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내가 사람들에게 내 본명이 '병구'라고 소개해도 될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다들 "진짜 이름이 병구야?"라는 의문을 갖지 않고 바로 수긍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쓰레기 미용사도 본인이 봐도 망했다고 생각했는가 보다.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주절주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사과를 할 것이지.. 그 후에 하는 말들이 가관이었다.

내 머리의 질(?)을 탓하는 것이었다.

원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제 그냥 원장이라 칭하겠다)이 머리를 자르고 있던 남자도 투블럭 컷이었는데, 그 사람을 가리키면서 저게 투블럭 컷이라며 '원래는 저래야 하는데, 손님의 머리가 이러이러해서 저렇게 잘 안된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머리도 완전 망한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참았나 싶다.

정말로 내 머리의 특성상 투블럭이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미용사의 실력 부족으로 일이 이렇게 된 건데 변명을 한 건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마 후자일 것이다.

본인이 내 요구를 무시하고 추천한 스타일이었으면서 망하니까 뒤늦게 손님 머리 탓으로 돌리다니..


쓰레기 미용사의 이 모든 말들을 원장도 옆에서 다 듣고 있었다.

그런데 계산을 할 때, 원장이 계산을 하는데 내가 아무런 항의를 하지도 않기는 했지만 아무런 말없이 13,000원을 그대로 다 받았다.

원장도 내 머리가 망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을 테고, 자기 직원이 실수를 했다는 것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대신해서 사과를 하거나 수습해 주기는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슬쩍 넘어간 것이다.


그 쓰레기 미용사는 내가 나갈 때까지 파마를 하면 수습할 수 있을 거라고 혹시 생각 있으시면 파마하러 오시라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아주 창조경제가 따로 없다.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너 같은 인간에게 또 맡기러 오겠냐고 마음속으로만 말하고, 그 병구 같은 머리가 수습될 때까지 몇 개월 동안 웬만해서는 외출도 삼가고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

실제로 만나자고 연락 온 친구에게 다음에 보자고 했었고, 그 머리가 수습될 때까지 친구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당시의 스트레스는 정말 너무 컸다.

거울을 보기가 너무 싫었다.

내가 셀프로 아무렇게나 잘라도 그 당시의 머리보다는 나을 거다, 진심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 직후에 마음에 안 드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그 당시의 머리는 그런 흔한 일의 수준을 벗어난 머리였다.





그래서 미용실을 가는 것이 즐겁지 않다


글을 쓰다 보니 '준스헤어'라는 그 미용실의 후기나 마찬가지인 글이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나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미용실을 잘 가지 않게 된 이유에 크게 한몫하는 큰 사건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행히 어떤 한 미용실에 정착해서 몇 년째 거기만 다니고 있다.

예전에 내가 단골로 다녔던 미용실처럼 다른 직원 없이 혼자서 열심히 운영하는 미용실인데, 정성을 다해서 잘라주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미용실을 최대한 늦게 가려고 헤어밴드까지 사용하기 시작한 후부터 다니게 된 미용실이라서 거의 반년에 한 번씩 가고 있다.

미용실이라는 장소 자체가 불편하고, 가기 귀찮고, 시간 아깝고 등등..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를 잡아버린 후에 알게 된 미용실이다.




언젠가는 미용실을 가기 싫어서 셀프로 삭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스킨헤드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니, 생각만 하는 걸로..




바버샵 사진
Photo by Nathon Oski on Unsplash




이 글이 도움이 됐거나 유익했다면 스크롤을 조금만 더 내려서 댓글을 남겨주세요. (비로그인도 가능합니다!)
응원이나 피드백이 담긴 댓글은 제가 계속 블로그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

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었다면 URL을 복사해서 메신저나 소셜 미디어에 공유해 주세요.
이전 포스트 다음 포스트

댓글 쓰기

6 Comments

  1. 중1 때부터 22살까지 다니던 이발소가 있었어요. 정말 마음에 들게 잘해주셨는데 멀리 이사를 해서 더는 다닐 수가 없었지요. 그래도 정말 가끔 그 동네를 지나가면 이발소를 들러 머리를 다듬었습니다. 이발소 바로 옆에 있는 목욕탕을 꼭 갔지요. 흐흐
    너무 멀다 보니 안 가게 되고 다른 미용실을 갔는데 아... 내 스타일이 아니야...ㅠㅠ
    장인 정신이란 게 이런 건가? 그 사장님 미용기술이 장난이 아니었구나 했지요.
    그렇게 몇 번 여기저기 다니다 계속 망치다 보니 이제 누가 내 머리 만지는 게 싫어졌어요.
    지금은 제가 직접 자릅니다. 요리조리 거울 봐가며 자른 지가 1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보면 머리 예쁘게 잘했다고 어디서 했냐고 물어봐요. ㅎㅎ

    답글삭제
    답글
    1. 와우~ 부러운 기술이네요.
      TV 예능을 보니, 기안84가 혼자서 머리를 깎는 것 같던데..
      한 군데를 너무 파먹어서 탈모가 온 사람 머리처럼 된 걸 보고, 의사가 스스로의 몸을 수술할 수 없듯이 머리도 스스로 깎는 건 많이 어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시도해 볼지도 모르겠네요.
      앞머리는 스스로 잘라본 적이 있지만..

      삭제
  2. 저도 예전에 급히 머리 자르고 이동할 일이 있어서 집 앞에서 잘랐는데...
    한시간 이상 머리를 잘라주는거예요ㅡ.ㅡ
    그 당시... 속으로 아 빨리 가야 하는데.... 어떡하지 걱정하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잘라주시는데; 얼마나 잘 잘라주실까;; 내심 기대도 했었음 .....ㅡㅡ;
    근데 머리 짜르고 나와서 길가에 있는 차 빽미러로 뒤통수를 보는데ㅡㅡ 층이... 완전 탁탁... 누가 제 머리카락 잡고 자른거마냥; 잘라놓은 거예요. 후....
    원래라면 따지러 갔을텐데 그때 시외버스 예약해놔서 따지러 가지도 못하고;
    도착지에 도착하자마자 시외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다시 잘랐네욤 ㅠ.ㅠ 요새 여자머리카락 자르는데 3만원 주라고 ..... ..... ㅠㅠ 앞머리 있어서 자주 미용실 가야하는데 ㅠㅠ 앞머리도 5천원 받음 ㅠㅠㅠㅠ 어제 친구들 만나서 미용기술, 두쫀쿠 만드는 기술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 하다 왔네염....

    답글삭제
    답글
    1. 미용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남녀를 불문하고 있는 거군요.
      그런데 커트 3만 원이라니.. ㅠ
      정말 비싸네요.
      언젠가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바버샵 같은 곳들은 남자 커트도 3만 원 받는 곳이 있긴 하더라고요.
      제 친구는 그런 곳에서 자르던데..
      저에게는 맞지 않는 소비입니다.
      저라면 그럴 돈으로 차곡차곡 적금이나.. ㅋㅋ

      삭제
  3. 진짜 일상 블로그 너무 재밌습니다!!
    묘하게 글에 집중되고 공감가고 상상이 가는 느낌이에요ㅎㅎ
    언젠가 이런걸로 책을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답글삭제
    답글
    1. 히라이 님, 감사합니다. 😊
      이런 종류의 글도 종종 쓰도록 하겠습니다.

      삭제

댓글 쓰기

🔸 댓글은 블로그 운영자의 승인 후에 블로그에 표시됩니다.
🔸 비로그인 방문자 분께서는 '익명'보다 이름/URL로 댓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URL은 생략 가능합니다.)
🔸 구글 로그인 방문자는 '알림 사용'에 체크를 하시면, 남겨주신 댓글에 대한 답글 알림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

문의하기 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