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대일 때 광주의 번화가는 충장로 일대와 전대 후문이 거의 양대 산맥이었습니다.
(상무지구와 첨단은 서서히 커가는 느낌이었죠.)
우리 집에서 가까운 번화가는 충장로입니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3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반면 전남대학교는 그렇게 가깝지 않기 때문에 거의 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충장로의 상권도 예전 같지 않다고 몇 년 전부터 느끼고 있었는데, 전대 후문의 상권도 많이 죽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하더군요.
전대 후문 상권에 대한 뉴스들
2020년 7월에 업로드된 전남대학교 디지털 학생 기자단 뉴스팀의 영상입니다.
한창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 수업조차도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던 시기였고, 이때부터 전대 후문의 상권이 죽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2021년 2월에 업로드된 뉴스입니다.
대학교들이 대면 수업을 늘리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뉴스인데..
기대했던 것만큼 활기를 되찾았을까요?
2025년 8월에 업로드된 뉴스입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4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전대 후문의 상권은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궁금해서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전대 정문 도착, 그리고 캠퍼스 투어
일단 전남대학교 정문에서부터 걷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 사진이 전대 정문에 도착해서 처음 찍은 사진이고, 금요일 오후 1시 28분이었습니다.
전남대학교 정문입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는 아니지만, 뭔가 예전 추억들이 떠오르는 장소입니다.
전대 후문이 번화했던 때에 20대를 보낸 사람들 중에서 전대 캠퍼스를 거닐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전대에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는 전대에 대한 추억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남대학교 용봉관
전대에 추억이 많은 이유는, 20대 초반에 했던 밴드의 합주실이 전대 후문에 있었고, 30대 초반에 했던 밴드의 합주실도 전대 후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대 안에서도 공연을 3번 했었고, 전대 후문에서도 여기저기서 공연을 여러 번 했었네요.
그래서 전남대학교에 오면 거의 밴드 관련 추억들만 떠오릅니다.
인문대학 1호관 건물이 예뻐서 찍어봤습니다.
이런 클래식한 건물 좋네요.
전대 상대 골목으로 나왔습니다.
저 멀리 광주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오락실 중에 하나인 밀레니엄 게임랜드가 보이네요.
밀레니엄 게임랜드, 광주 전남대 상대 골목에 있는 오락실에서 킹오파98을 한 후기
오락실은 못 참죠.
한판하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포스트에 밀레니엄 게임랜드 후기를 올렸습니다.
맥문동숲길과 북구 청소년수련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한판하고 난 다음에 다시 전대 캠퍼스를 가로질러서 전대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맥문동숲길을 걸었습니다.
맥문동숲길은 생긴 지 그렇게 오래된 곳이 아니라 아무 추억이 없습니다.
그런데 북구 청소년수련관에는 추억이 많죠.
북구 청소년수련관에 맨발길이 생겼더군요.
신발 벗고 몇 바퀴 걸어봤습니다.
북구 청소년수련관은 많은 변화가 생겨서 저의 추억 속의 장소와는 다른 느낌이라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습니다.
일단 10대 때 북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음악경연대회에 밴드로 참가해서 2등을 한 게 가장 큰 추억이었네요.
드디어 전대 후문
전대 후문은 최대한 늦은 시간에 찾아가서 보고 싶었습니다.
금요일이기도 했으니, 그래도 늦은 시간에 찾아가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안 가서, 오후 4시를 갓 넘긴 시간에 전대 후문 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일단 번화한 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30대 초반에 사용했던 합주실의 입구를 찍어봤습니다.
여기 지하에 합주실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뭔가 물건들이 많이 놓여있는 걸 봐서는 현재는 지하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룸촌을 지나서 드디어 전대 후문 상권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정말 '임대'가 붙은 건물들 투성이더군요.
여기도 임대, 저기도 임대, 그 활기찼던 거리들이 주차장처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이런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히 빛바랜 임대 현수막..
가게들이 전부 비어있습니다.
그래서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더 이상 쓸 말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사진으로 찍은 장소들은 전부 다 텅텅 비어있습니다.
요즘 젊은 애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노는 걸까요?
새삼 궁금해집니다.
전대 후문 쪽의 모든 상권이 다 이렇지는 않았고, 일부 여전히 오픈한 가게들이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렇게 많았던 가게들이 절반 이상은 다 유령 건물이 된 채로 비어있었습니다.
광주에 네버마인드라는 밴드들이 공연하는 클럽이 있습니다.
지금은 충장로와 가까운 대인시장 근처로 옮겼지만, 예전에는 전대 후문에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네버마인드가 처음으로 시작했던 장소가 이 건물의 지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대 후문에서만 2번이나 이사를 하다가 지금의 장소로 옮겼죠.
여기는 부드러운 직선이라는 이름의 클럽입니다.
이름과 간판 디자인 때문인지, 밴드들이 공연하는 클럽처럼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여기서도 몇 번 공연을 했었습니다.
전대 후문 투어를 마치고 이제 슬슬 집으로 가려고 하는 길에 길고양이를 마주쳤습니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도 경계했다가, 저도 경계하는 바쁜 고양이의 눈.
바로 도망가거나 하지 않고 경계만 하면서 계속 쳐다보고 있는 걸 봐서는 누군가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고양이 같았습니다.
이제 많이 추워졌는데.. 건강해라.
전대 후문 상권 몰락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시작은 코로나 시기부터였지만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코로나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전대 후문 상권이 몰락한 뉴스를 보다가 봤던 댓글들 중에서는 "월세가 적당히 비싸야지, 너무 말도 안되게 비싸서 가게를 유지할 수가 없다"는 내용의 댓글들도 적지 않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을 겁니다.
전국 어딘가에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폐교하는 대학교도 있고, 다들 서울로 가려고 하는 수도권 집중 현상도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예전에는 번화했던 곳의 상권이 이렇게 죽는 일은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 같더군요.
또 전국이 전체적으로 불경기입니다.
저조차도 몇 년 전에는 혼자서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곤 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소비 형태가 쓸데없이 지출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나 봅니다.
이곳의 상권이 이렇게 죽는 것은 20대 초반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습니다.
규모가 꽤 축소되었지만 아직 살아있는 상권은 그래도 오랫동안 계속 유지가 될지, 혹은 다시 상권이 살아나서 예전처럼 사람들로 북적일 때가 올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날 제가 본 전대 후문의 모습은 제가 어렸을 때의 그 활기가 사라져서 씁쓸했습니다.
내 추억의 장소들아. 그만 사라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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