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렉기타를 시작한 이유 (feat. 엑스재팬 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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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2019년 말에 올렸던 글을 여기로 옮겨봅니다.

저의 오랜 블로그 이웃 분들은 이미 읽으셨을 글이지만,

  1. 어색한 문장을 수정하거나,
  2. 으로만 표기했던 등장인물에 가명을 붙이거나,
  3.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부연 설명을 추가

하는 등의 수정을 거쳐서 다시 올려봅니다.




설명을 위해서 잠깐 경어체(존댓말)로 글을 썼지만, 이제부터 이어질 글은 평어체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X JAPAN이라는 밴드를 알게 됐다


♬ X JAPAN - XCLAMATION (1989) (작곡 hide & Taiji)




X JAPAN의 멤버들 사진

정확히 이 사진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내 짝꿍이 교실에서 갑자기 이 사진을 꺼내서 나에게 보여줬다.


나는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던, 일본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닌텐도를 비롯한 일본의 게임들'이나 '드래곤볼, 슬램덩크와 같은 일본 만화들' 정도뿐인 학생이었다.

당시의 나는 밴드에도 관심이 없었고, 음악은 굉장히 좋아했지만, 외국 음악은 거의 접해보지 못했던 때였다.

특히 일본 음악은 더 그랬다.

그 당시는 인터넷이 이제 막 보급이 되기 시작하던 시기라서 지금의 유튜브 같은 사이트도 없었고, 일본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을 제일 좋아했고, 그 외 이승환・윤종신・신승훈・김원준・패닉 등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 이후로 몇 년 동안 뭔가 계속 마음이 공허한 상태였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뮤지션들은 계속 활동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서태지와 아이들'은 나에게 뭔가 특별했었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짝꿍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이 사진을 꺼내서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저기 영어로 VISUAL SHOCK 라고 쓰여있는 것처럼 정말 비주얼 쇼크였다.

국내에서는 이런 화장을 한 긴 머리의 멤버들이 모여있는 록밴드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 사람들이 남자들이 맞는 건지 짝꿍에게 물었다.

어쨌든 사진에서부터 이 밴드에 끌렸었고,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 호기심이 강하게 생겼다.


이 사진 한 장에서부터 나는 바로 오른쪽 아래에 있는 사람이 끌렸었다.

사진에 이름이 잘려있어서 이건 누구냐고 물어보니 기타를 치는 히데hide라고 했고, 죽었다고 했다.

내가 이 사진을 처음 보고 꽂힌 멤버가 다른 악기를 하는 멤버였다면 나는 아마 기타가 아닌 그 다른 악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X JAPAN을 시작으로 일본 밴드의 음악에 빠져들다


요즘은 오프라인 음반 매장을 찾기가 정말 힘든데, 당시에는 널린 게 음반 매장이었다.

번화가뿐만 아니라 동네의 음반 매장도 장사가 잘되던 시기였다.

지금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커녕 아직 mp3라는 파일도 생기지 않았을 때였고, 모두가 카세트테이프나 CD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었다.


번화가에서는 리어카에 불법 복제 테이프를 가득 싣고 다니던 장사꾼들도 많았다.

나는 광주의 번화가인 충장로에 가서 음반 매장을 돌아다니며 엑스 재팬의 앨범을 파냐고 물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없는 게 정상이었다.

요즘은 웬만한 일본 뮤지션들의 앨범도 국내에 정식으로 음반이 발매가 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일본 음악을 그렇게 정품으로 사서 들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돌아다니다 보니, 역시 어느 한 매장에서 엑스 재팬의 음악을 공테이프에 넣어놓고 팔고 있었다.

나는 그 테이프를 사 왔다.


오랜만에 굉장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엑스재팬의 그 밴드 사운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부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 후부터 남자이면서도 마치 소녀팬이 오빠들 사진을 사모으는 것처럼 여러 국내・해외 스타들의 굿즈를 파는 가게에서 엑스 재팬의 사진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당연히 특히 히데의 사진들을 열심히 사모았다.


이 쇼킹한 비주얼의 록스타들이 화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집에 아무도 없을 때는 엄마 화장품으로 얼굴에 화장도 해보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해보기도 했다.


예전에는 돌 보듯이 그냥 지나쳤던 악기사들을 지날 때마다 한참을 밖에 서서 쇼윈도의 일렉기타를 바라보곤 했었다.

그중에 어느 한 악기사는 용기를 내서 한번 들어가고 난 후부터 그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안으로 들어가서 기타들을 구경하곤 했었다.

그냥 구경만 하다가 나가기가 뭐해서 한번 갈 때마다 500~1000원짜리 피크를 디자인 별로, 두께 별로 하나씩 수집하듯이 사곤 했다.




이후로 좋아하는 일본 밴드들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일단 엑스재팬만큼 좋아했던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

그리고 GLAY, LUNA SEA, MALICE MIZER 등등..

고등학생 때부터는 라크리마 크리스티La'cryma Christi를 시작으로 JUDY AND MARY도 듣고, 장르가 완전히 달라지지만 CASIOPEAT-SQUARE도 듣기 시작했다.





드디어 기타를 배우기 시작


다시 중학교 때로 돌아가서, 엄마에게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는 반대했다.

이미 밴드 음악과 기타에 빠져있던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졸라댔고, 결국 약 1년 만인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에 한 달만 기타를 배우기로 허락해줬다.


그때 다녔던 기타 학원은 집과 가까운 곳이 아닌, 버스를 타고 꽤 가야 하는 멀리 있는 곳이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기타를 배웠다는 친구가 그 학원을 다녔다고 해서 간 것이기도 했고, 집 근처에 딱히 눈에 띄는 기타 학원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학원은 나중에 생각해 보니, 굉장히 좋지 않은 학원이었다.

물론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쓰레기 학원이었다.


제대로 된 강사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었고, 가르쳐주는 시간도 약 5분..? 10분..?

가르쳐주는 것도 거의 없었고, 그냥 혼자 연습하라며 방치해두는 학원이었다.

연습할 방이 따로 나뉘어져 있지도 않았고, 완전히 오픈된 공간 안에서 다들 각자 시끄럽게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결국 한 달 내내 꼬부랑 할머니만을 연주하다가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하는 그 꼬부랑 할머니다. (위의 영상을 재생해 보자.)


악기를 처음 배우면 쉬운 동요부터 쳐보는 게 맞다.

하지만 그 학원은 그것도 누가 제대로 알려준 것도 아니고, 잘 치는지 봐주지도 않고, 다음 것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아직도 그 학원이 존재한다면 이름을 쓰려고 했는데, 사라진 지 오래됐다.





글을 쓰면서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니 엄마에게 새삼 고마웠던 것이 있다.

기타를 배우던 그때에 덥석 기타를 사줬던 것이다.

일렉기타는 통기타보다 비싸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통기타를 샀었다.




꼬부랑 할머니 밖에 안 배운 비루한 실력이었지만, 혼자서 한 번씩 기타를 꺼내서 띵가띵가 쳐보곤 했었다.

그 후로 서점에서 산 아름출판사의 로크 기타 라는 아주 심플한 제목의 교본을 사서 혼자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쳐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제대로 배운 것도 없었기 때문에 독학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다.

내가 입학한 학교는 짐승 냄새가 나는 남자들만 다니는 고등학교였다.

난 이 학교에 입학할 때, 나의 10대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운명같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내가 입학한 그 고등학교에 그룹사운드(밴드) 부가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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